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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목숨 걸었는데 남은 건 '빈손'

제1 야당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8일간 이어온 단식 투쟁을 마무리했다. 필사즉생의 각오로 목숨 바쳐 싸우겠다며 단식 농성에 돌입했던 장 대표는 건강 악화로 인해 지난 22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번 단식은 과거 민주화 투쟁의 상징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드루킹 특검을 이끌어냈던 김성태 전 원내대표의 결기를 계승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장 대표가 내건 표면적인 명분은 최근 정국을 강타한 통일교 의혹과 공천 헌금 논란에 대한 쌍특검 도입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보수층 결집과 국면 전환이라는 고도의 정무적 계산이 깔려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단식 8일 동안 장 대표는 산소발생기에 의지한 채 농성장 텐트를 지켰다. 동료 의원들의 간곡한 만류에도 단식을 고집하던 장 대표를 멈춰 세운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직접 단식장을 방문해 장 대표의 진정성을 국민이 인정할 것이라며 훗날을 위해 단식을 멈추라고 조언했다. 박 전 대통령의 이례적인 행보는 장 대표에게 명예로운 퇴로를 열어줌과 동시에 보수 진영 내 장 대표의 위상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번 단식을 두고 실질적인 성과가 부재했다는 냉정한 평가도 나온다. 장 대표가 목표로 했던 쌍특검 도입은 여소야대 정국과 청와대의 강경한 입장 차이로 인해 사실상 진척이 없는 상태다. 또한 단식 정국이 당내 갈등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장 대표는 단식을 통해 보수 유력 인사들을 한자리에 모으며 리더십을 과시했지만, 한동훈 전 대표와의 내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오히려 단식 이후 한 전 대표에 대한 제명 절차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당내 역풍이 불 수 있는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번 단식 정국을 거치며 정치적 수세에 몰렸다.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인사들이 장 대표의 단식장을 찾은 것과 대조적으로, 한 전 대표는 끝내 단식장을 방문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한 전 대표가 통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전 대표는 1년 넘게 이어온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 사과 메시지를 던지며 국면 전환을 시도했지만 당내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반전의 계기는 사법부에서 들려왔다. 법원이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며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관련자들에게 유죄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한 전 대표에게 새로운 정치적 동력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내란 심판이라는 거대 담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장 대표의 단식에 쏠렸던 시선이 다시금 계엄 책임론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도보수의 대안 세력을 자처해온 한 전 대표 입장에서는 내란 세력과의 절연을 명분으로 삼아 다시금 소구력을 회복할 기회를 맞이했다.

 

결국 단식 이후의 국민의힘은 더욱 복잡한 셈법에 직면하게 됐다. 장 대표가 단식을 통해 얻은 단기적인 지지율 상승과 당 장악력을 기반으로 한 전 대표 제명을 강행할지, 아니면 계엄 내란 판결 이후 변화된 민심에 맞춰 전략적 후퇴를 선택할지가 관건이다. 만약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 선언 없이 단식의 성과에만 매몰된다면, 민심의 외면을 받는 계엄의 강을 건너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장 대표의 단식이 내부 결집에는 효과적이었을지 몰라도, 국민 전체의 공감을 얻기에는 명분이 약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한 전 대표 징계 직후 단식을 선택한 시점이 순수성을 의심케 했다는 분석이다. 이제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소진한 장 대표가 앞으로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가 국민의힘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보수 진영의 두 축인 장동혁과 한동훈, 두 사람의 갈등이 종전으로 갈지 아니면 더 큰 파국으로 치달을지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