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국립극장에 웬 디제잉?..5시간 테크노 파티연다

 서울의 중심 문화 공간 중 하나인 세종문화회관이 새로운 시도를 감행한다. 오는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는 전자음악의 대표 장르 중 하나인 테크노(Techno)가 5시간 동안 울려 퍼진다. 정통 클래식이나 연극, 무용 등의 공연이 주를 이루던 이 공연장에서 테크노가 중심이 된 무대가 펼쳐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공연은 세종문화회관이 기획한 ‘싱크넥스트 25’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장르와 형식의 경계를 넘는 새로운 예술 실험의 무대로 기획됐다.

 

이번 공연은 서울 마포구 합정동을 거점으로 2014년부터 테크노 기반 공연을 지속해 온 ‘벌트’(vurt.)와 다양한 예술 장르를 넘나드는 오디오·비주얼 프로덕션 ‘업체’(eobchae)가 손을 잡고 공동으로 연출한다. 벌트의 유준 디렉터는 이번 무대를 “디제잉과 라이브 퍼포먼스가 어우러지는, 파티와 콘서트가 결합된 무대”로 정의했다. 그가 강조한 핵심은 테크노 특유의 반복성과 몰입감이다. 그는 “테크노는 단순히 비트만 반복되는 음악이 아니라, 같은 패턴을 통해 몰입을 유도하며 관객의 신체를 자연스럽게 반응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공연에는 영국 런던에서 활동 중인 로즈(Rose), 스웨덴 출신 앤서니 리넬(Anthony Linell) 등 해외 DJ를 포함해 총 8명의 아티스트가 무대에 오른다. 각 아티스트는 디제잉과 사운드 퍼포먼스를 통해 무대의 분위기를 이끌며 관객과의 호흡을 도모할 예정이다.

 

‘업체’는 이번 공연에서 독특한 세계관을 차용해 시각적·개념적 측면을 강화한다. 오천석, 황휘 등 ‘업체’ 소속 아티스트들은 올해 4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젊은 모색’ 전시에서 선보인 ‘멱등설’ 개념을 공연에 적용할 계획이다. ‘멱등설’은 수학 용어에서 비롯된 철학적 개념으로, 반복 적용에도 결과가 변하지 않는 성질을 말한다. 이는 테크노 음악의 구조적 반복성과도 연결된다. 공연에서는 성인(聖人) 6명의 전기를 동화나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풀어낸 서사가 음악과 결합되며, 연극계 배우들이 등장해 퍼포먼스를 펼치는 형태로 구성된다.

 

황휘는 “테크노 음악을 혼자 이어폰으로 들을 때와 집단 공간에서 함께 들을 때의 감정 차이가 크다”며 “이번 공연이 테크노를 새롭게 경험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음악 감상의 물리적 환경, 청중 간의 상호작용이 음악의 의미를 어떻게 바꾸는지에 주목했다.

 

관객은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S씨어터의 1층 플로어석과 2층 지정석을 자유롭게 오가며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플로어석은 최대 300명을 수용하며, 공연장 전체를 하나의 유동적인 사운드·공간 설치물처럼 활용하는 방식이 시도된다. 무대와 객석이 고정되지 않는 구성은 테크노 공연의 핵심인 몰입과 신체적 반응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유준 디렉터는 “지난해 ‘베를린 테크노 문화’가 독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사례처럼, 테크노는 단순한 유행 장르가 아닌 지역성과 문화를 담은 음악”이라며 “이번 세종문화회관 공연이 한국에서도 테크노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S씨어터에서 펼쳐질 이 실험적인 무대는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문화예술 공간에서 새로운 예술 언어를 시도하는 의미 있는 도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