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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도 불법도 아닌 '임신중지'…6년째 방치된 여성들, 드디어 해법 나오나?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6년째 이어지는 ‘낙태죄 입법 공백’으로 인해 여성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며,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공식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지지부진했던 관련 논의에 정부가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화로 평가된다.

 

지난 2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 정부의 국정과제였던 임신중지 약물 도입에 대한 현 정부의 입장을 물었다. 이에 정은경 장관은 “헌법 불합치 이후 안전 문제가 있는 상황이기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답하며, “안전한 사용 방안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해 검토하겠다”고 명확히 했다.

 

이번 발언의 배경에는 2019년 헌법재판소의 역사적인 결정이 있다. 당시 헌재는 형법상 낙태죄가 “여성의 신체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2020년 말까지 국회에 대체 입법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국회는 기한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관련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어, 임신중지는 합법도 불법도 아닌 어정쩡한 법적 공백 상태에 놓여있다.

 


이러한 입법 공백의 가장 큰 피해는 여성들에게 돌아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05년부터 ‘핵심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경구용 유산유도제(먹는 임신중지 약물)는 국내 도입이 막혀있다. 지난해 시민 1800여 명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해당 약물의 도입을 청원했지만, 식약처는 “이해당사자 간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거부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식약처에 약물 도입 및 건강보험 적용을 권고한 바 있다.

 

정 장관은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허가받은 약물을 사용 중”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약물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임신중절 시술이나 약물 모두 여성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건강권을 균형 있게 검토하겠다”고 덧붙여 신중한 접근을 약속했다.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과 더불어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이 본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이수진 의원은 지난 7월,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를 허용하고 이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6년간 멈춰있던 논의의 시계추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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